… 너는 설사 성관계가 거기까지 간다 해도 수정으로부터 어떤 결실을 얻을 가능성은 580억분의 1을 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 수치는 다른 수치를 뜻했다. 그것은 특히나 인류가 끝장났음을 의미했다. 너는 어느 순간 속옷을 벗고 남자가 음경으로 네 몸속을 헤치게 두어야 한다는 생각에 너무나 수치스러웠지만, 엔초 마르디로시안이라면 '종(種)의 생존'이라는 이름으로 이 시술의 원칙을 받아들이라고 격려했으리라 생각하며 스스로를 위로했다. 종의 애처로운 생존에 대한 미약한 가능성의 이름으로. "너 확실해?" 너는 다시 물었었다. "자본주의 지지자가 아닌 거 확실해?" "벨라, 맹세컨대 그 남자는 졸부가 아니야." 알시나 바이아드지가 대답했다. "그 남자는 공사 폐기물 처리 회사에서 일해. 잔해 제거원이야."
모래 위 곳곳에 달의 웅덩이가 있었다. 미풍이 네 옆에 있는 사구 꼭대기를 간질였다. 대기는 아직 뜨거웠다. 너는 목 위, 입가, 눈가에 맺힌 약간의 땀을 닦았다. 잿빛 풍경에서 개 세 마리가 갑자기 나타나더니 으르렁거리지도 짖지도 않으며 골목길의 서쪽 끝을 건넜다. "너도 이해하겠지만 자본주의 숭배자에게 삽입당하고 싶지는 않아." 너는 말했다. 알시나 바이아드지는 너를 진정시켰다. 처음에는 말로, 다음에는 술 한모금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