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그의 머릿속에서 생각들은 건축자재를 실은 트럭처럼 그곳을 향해 질주해 갔고, 바빌론을 더욱더 뚜렷이 실체화시켰다.
'언어들의 혼돈을 바벨의 대혼란이라고 불렀지.' 그는 생각했다. '그런데 대체 대혼란이 뭐지? 강신술하고 비슷하게 들리는데……'*
그는 발밑에서 땅이 부드럽게 돌아가는 것을 느끼고 몸을 약간 흔들었다. 지구 회전축이 정확히 그의 정수리를 통과해 지나갔기 때문에 두 다리로 지탱하고 있기만 하면 되었다. 그는 생각했다. '아니, 강신술은 여기선 아무 관련이 없어. 대혼란, 이건 탑과 창조가 합해진 말이야. 탑의 창조, 건설이 아니라 창조란 말이지. 다시 말해 언어의 혼돈이 바로 탑의 창조가 되는 거야. 언어의 혼돈이 시작됐을 때 바벨탑은 솟아오른 거야. 아니면 최소한 성탑의 입구가 열렸다고나 할까. 그래, 그거야. 바로 저기, 입구가 있다.'
타타르스키가 벌써 오랫동안 따라 걷고 있던 철조망 담장에 붉은 별무늬 부조가 장식된 커다란 문이 나타났다. 그 위로 갓이 달린 전구가 강렬한 빛을 내고 있었다. 전구의 눈부신 흰색 불빛이 녹색 판금문을 뒤덮은 그라피티를 비추고 있었다. 타타르스키는 멈춰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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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시아어로 '대혼란(stolpotvorenie)'과 '강신술(stoloverchenie)'은 발음이 비슷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