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둠이 짙어졌다. 달이 떴다가 졌다. 그러고도 한 시간 반 동안 어둠이 계속되었다. 그러다 동쪽 하늘에서 새벽이 스며 나왔다. 그리고 다시금 일몰이었다. 샤이드만은 지의류를 찾는 짐승처럼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그는 아래쪽을 바라보고 있었고, 떡이 진 머리카락과 수포 범벅의 끈 뭉치 같은 양팔을 흔들었다. 긴 띠처럼 목에서부터 늘어져 몸통과 다리를 완전히 가린 껍질 조각투성이 피육(皮肉)으로 그 진동이 퍼져 나갔다.
그는 건들거리고 있었다. 많은 밤이 흘러갔다. 달은 점점 작아져 훌쭉한 초승달이 되었다. 눈구름이 스텝을 스치듯 낮게 깔리며 울부짖었지만 눈은 내리지 않았다. 갑자기 낮이 아주 짧아졌고 밤에는 대지가 추위에 오그라들어 덜덜 떨 지경이었다. 황혼녘에 보라색 부다르간 수풀이 부스러졌다. 흰 부다르간은 서리에 말라 죽어 이제는 까만 신발 털개에 불과했다. 태양은 풍경을 덥히기를 거부했다. 별들은 산성(酸性)으로 변했고, 빛을 잃었고, 세상의 벨벳 같은 암흑을 배경으로 부활하여 사악한 섬광에 틀어박혔다. 미친 속도로 넘어가는 고장 난 영사기의 슬라이드처럼 낮과 밤의 영상들이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