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는 흑백의, 무성의, 혹은 증기 배출 소리의 리듬만이 곁들여진 훌륭한 영화들을 통해 이미 그것들을 경험했고, 종종 거기에는 우리 자신이나 우리와 비슷한 이들의 이미지, 극빈자나 건달 같은 옷차림을 한 이미지가, 우리를 짓누르는 이미지, 우리를 슬픔으로 마비시키는 이미지가 등장했는데, 왜냐하면 우리는 거기서 등장인물들의 무(無)를 향한 임박한 표류를 연상했고, 그것은 실패와 종말을 의미했고, 우리에게 이별과 최후의 전락과 종말을 알렸으며, 등장인물과 관객을 구분하지 않는 우리에게 그것은 더 이상 허구가 아니라 우리 현실의 처참한 또 한 페이지, 이미 쓰였으며 운명의 지워지지 않는 잉크로 이미 더러워져 우리의 과거나 미래에 아무렇게나 끼워질 한 페이지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