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윽고 그는 마흔여덟번째 괘를 펼쳐 다시 한번 읽어보았다. 고대의 가사가 전하는 음악 같은 선율은 근엄하고 음울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읽은 내용 중 머리에 남는 것이라곤 단 하나였다. 의심 많은 이성은 내 옆에 파수꾼처럼 붙어 있는 짐승일 뿐이다……
고대의 지혜가 유쾌하지는 않았다. 시간의 두께에 금이 가는가 싶더니 그림 앞에 지난날 자신의 파수꾼인 그 짐승이 던지는 어떠한 질문에도 대답하지 못한 채 어쩔 줄 몰라 하는 한 영혼이 보였다. 이런 영혼들이 이 땅에 얼마나 많았던가? 아마도 수 많은 이들이 참담함과 소망이 가득한 아름다운 문장들을 영원을 향해 내던져왔을 것이다. 하여, 영원은 무심히 이들의 재능을 삼켰지만 그 정연한 표면에는 어떤 얼룩조차 남지 않았……
그림은 슬픔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