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아리에, 무릎에, 허벅지에 걸리는 풀들. 세련된귀부인, 르그리넬, 깃털달린죽은파, 환희의광녀를 제외하면 여간해선 꺾이지 않는 풀들. 질기고, 유연하고, 난폭한 풀들. 조금만 건드려도 물러나는 풀들, 비틀린싹, 예민가시덤불, 마즈다하르, 장엄한숨결, 순례자진흙코, 문둥이어미처럼. 어떻게 해도 발에 짓눌리지 않는 풀들. 토르슈포티유나 떠돌이들의싸움처럼 강렬하고 불쾌한 냄새를 풍기는 풀들, 혹은 방울모양당그처럼 구역질 나오는 악취를 풍기는 풀들. 넘기 힘든 산울타리 같은 풀들. 밤이 오면 향기를 발하는 풀들. 자극적인 수액을 내는 풀들. 빛의디아즈나 신성한디아즈처럼 독한 수액을 내는 풀들. 짙은 녹색, 에메랄드빛 녹색, 연두색, 방물장수테르바베르 같은 은녹색, 협곡테르바베르 같은 동록색. 씨앗들, 흐릿한 녹색, 환한 녹색, 이삭들. 꽃은 전혀 없다. 오직 칙칙함과 결핍만을 연상시키는 풀들. 기운 없는 부드러운 풀들. 여름 동안보다는 벌레가 적지만, 그래도 메뚜기와 파리가 윙윙거리는 넓은 면적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