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거기엔 두려울 게 없어. 심판은 이미 오래전에 시작됐고, 우리에게 일어나는 일들은 모두 수사 재현 같은 것에 불과하다는 사실 외에는 말이야. 생각해봐. 신이 자기 앞에 서 있는 한 영혼을 시험하기 위해서 몇 초 만에 무(無)에서 영원성과 무한성을 가진 이 온 세상을. 창조하는 일이 과연 어려웠을까?"
"안드레이." 타타르스키는 등자에 걸친 뒤꿈치가 닳은 그의 슬리퍼를 곁눈질하며 대답했다. "이제 그만해. 응? 직장에서만도 충분히 힘들어. 최소한 너까지 그러지는 말아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