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타타르스키는 부탁한 적도 없는데 나타난 후세인-말뚝 주변에 그가 겁을 먹고 멈추어 서게 할 만한 무엇이 있었는지 생각해보며 계속 걸었다.
설명은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것은 자신으로부터 완전히 몰아내지 못한 노예근성, 즉 소련 시대의 유물이었다. 잠시 생각에 잠겼던 타타르스키는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소련 인간의 영혼 속 노예근성은 어떤 하나의 영역에 집중된 것이 아니라, 희뿌연 공간에서 일어난 모든 일을 만성적인 정신적 복막염의 색조로 물들이고 있으며, 그 때문에 소중한 영혼의 본성에 해를 입히지 않으면서 그러한 노예근성을 한 방울씩 떨어낼 가능성은 전혀 없다는 것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