팟캐스트 <책읽아웃>의 어느 회차에서, 잠시 자리를 비운 시인을 대신하여 호스트를 맡은 황인찬 시인은 김승일을 초대했다. 초대받은 김승일이 늘어놓는 말들, 한유주와 김승일이 작업실메이트였다는 사실, 내가 그걸 들은 건 사진가 염중호의 도록을 펼친 날, 한유주가 맡아 쓴 그 도록의 첫 번째 꼭지를 읽은 지 채 며칠 지나지 않은 때. 이렇게 발생하는 우연들. 그것들을 엮고 이으면서 "삶이 나를 도청하는 것 같아" 라고 K에게 말했던 날, K는 그것을 '삶의 농간'이라 답했다. '삶의 농간'이라는 말이 얼마나 적확한지, 그렇게 말해주는 K가 있어 농간을 견뎌볼만 하다고 여겨왔던 날들.

김승일과 한유주가 어떻게 여전히 같은 작업실을 공유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인터넷에서 찾아낸 2016년의 인터뷰는 그들이 그 때에도 같은 작업실을 쓰고 있었다고 알려준다. 2022년의 김승일은 인터뷰에서 "원재연은 나쁜 사람, 최원석은 망상을 많이 하는 사람, 한유주는 주인공의 유년친구라는 역할을 주는 식"의 시도를 시 안에서 하고 있다고 하는데. 그의 세 번째 시집 《항상 조금 추운 극장》을 뒤적거리다가, 거기에선 한유주의 이름을 찾지 못했지만, 원재연도 찾고 최원석도 찾고 박이현과 김대환도 찾았는데 한유주는 찾지 못했지만.

한유주라는 이름을 찾은 건 "어설픈 건 좋은 게 아니야"라는 시를 다시 찾기 위해 김승일의 웹사이트를 뒤져보던 때. 찾으려던 시는 못 찾고 한유주가 등장하는 시만 발견하고, 나는 작게 감탄한다. 여기서의 한유주는 알콜중독도 아니고 글을 쓰는 작가도 아니고 책을 만드는 한유주. 그러니까 나는 모르는 한유주. 오고 있는 한유주.

그들이 여전히 같은 작업실을 쓰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받을 수 있는 위안이 있다는 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