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211 그러던 와중에 전염병이 창궐했다. (돌이켜보니 전염병이니 창궐이니 하는 단어를 이렇게 직접적으로 쓴 적이 한 번도 없는 것 같다.) … 그렇게 몇 달이 지나갔다. 내 생활에도 변화가 있었지만 짐작건대 다른 이들이 맞닥뜨려야만 했을 변화들보다는 덜 심각했을 것이다. 나는 늘 너무 늦게 일어났고, 보통 아무것도 쓰지 못했고, 온라인으로 수업을 이어갔고, 밤이면 술을 마셨고, 아마도 뇌를 썩히고 있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