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희란의 《자동 피아노》를 읽는데, 마치 애거서 크리스티가 추리소설작가로 딱 한번만 사용할 수 있는 트릭을 《애크로이드 살인 사건》에 사용한 것처럼 청건이 《여자친구》를 통해 오직 데뷔작에서만 할 수 있는 기습공격을 해버린 것 처럼 천희란은 소설가로서 단 한번만 할 수 있는 그렇기에 영원히 미완일 수 밖에 없는 걸 썼다는 생각에, 미완의 공포가 가져다주는 충격 천희란을 더 알고 싶으니까 집어든 앤솔로지 거기에서 천희란이 하는 말 “정체된 질서가 반복될 때 메시지는 효과적으로 전달될 수 있지만, 실감은 축소된다. 이는 소설의 정체이기도 하고, 삶의 정체이기도 하다. (…) 그 정체감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결국에는 계속 쓰기 위해, 나는 자주 내가 완성한 것을 일그러뜨린다.” 천희란이 스스로 만든 걸 일그러뜨리며 건너갔을 밤들을, 일그러뜨리기 위해 책상 앞에 앉을 수밖에 없었을 날들을, 그것들이 얼마나 오랜 시간이었을지 그 앞에서 빌고 싶어지는 기분으로 엎드려 구하고 싶은 기분으로 그리고 잠시 뒤 등장하는 한유주






소설엔 마진이 얼마나 남을까